내돈내산 책 리뷰 : 니체의 『아침놀』 - 철학자의 고백
이 니체의 <아침놀>은 도덕이란 개념을 의심하기 시작한 철학자의 고뇌와 고백이 담겨진 책입니다.
국내에는 제가 산 세창출판사 번역본 말고도 니체전집을 펴낸 책세상에서 나온 번역본도 있지만 (다른 것도 있는지는 모릅니다) 두 권을 비교해서 읽어본 결과 <아침놀>의 내용과 니체의 의도에는 이 번역본이 조금 더 가까운 것 같아서 이걸로 골랐습니다. 왠지 시적인 느낌이 드는 제목에 비해 내용은 도발적이며 니체의 고뇌가 담겨 있는 책입니다. 부제로 달린 "도덕적 선입견에 대한 생각들" 이란 문장을 곰곰히 뜯어보면 제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되실 것 같아요.
왜 『아침놀』인가?
『아침놀』(1881)은 니체 철학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신은 죽었다" (즐거운 지식 1882)나 "위버멘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883) 같은 주요 개념들이 등장하기 전, 니체가 인간 사회의 기존 구조속 도덕과 그것의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그렇기 때문에 한 밤의 어둠을 뚫고 일어서는 새로운 아침(생각)을 의미하기 위해 붙인 제목이 아닌가 싶어요.
590개의 짧은 통찰들
책은 일반적인 철학책들이 긴 논증이나 체계적인 이론 전개를 하는 것과 달리, 590개의 짧은 단상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각 단상들은 일상적인 생각을 표현하며 시작하지만 결국엔 니체만의 깊은 철학적 통찰로 이어지기 때문에 니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하나의 출발점으로 삼기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핵심 메시지: 도덕도 하나의 관점일 뿐
니체가 『아침놀』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간단합니다. "선입견을 버려라!"
그것의 가장 중요한 핵심 논제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도덕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와서 이 도덕의 가치라는 것이 사실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며, 절대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있어요.
"도덕적"이라고 여겨지는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인의 이익이나 사회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고 분석하며 도덕이란 개념을 새롭게 생각하도록 유도합니다. 물론 이건 단순히 도덕을 부정하자는 게 아니라,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보라는 메시지일 뿐이죠.
2030세대에게 던지는 질문들
어떻게 보면 요즘 젊은 MZ세대들이 기존 세대의 가치관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방향성과 니체의 문제의식이 놀랍도록 비슷한 것을 알 수 있어요
- "성공"이라는 것이 정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일까?
- 남들이 좋다고 하는 삶의 방식이 나에게도 맞을까?
- 전통적인 도덕관념들이 현재의 나에게도 유효한가?
이런 질문들을 니체는 140년 전에 이미 던지고 있었던거죠.
어떻게 읽나?
『아침놀』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에 드는 부분부터 골라 읽어도 되고, 하루에 몇 개씩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도 좋아요. 각 단상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어서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도 쉽습니다.
다만 니체 특유의 은유적이고 시적인 문체 때문에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포기하지 말고 마라톤을 뛰는 것처럼 천천히 여유를 두고 읽다 보면 새로운 생각에 눈이 뜨이는 순간을 만나실 수 있어요.
오늘의 문화 한 입
"아직도 밝아 오지 않은 아침놀이 너무나 많다. ㅡ 리그베다" 니체가 직접 고른 베다 경전의 이 한 어구가 이 책을 쓰던 니체의 생각을 보여줍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아직 밝아 오지 않은 아침이 많으니 천천히 뚜벅뚜벅 내일을 향해 걸어나갈 힘을 길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