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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책 1 | "노아의 방주"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줄리언 반즈 식 인간 성찰

문학/내가 산 책들

by 문화훈수꾼 2025. 7. 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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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등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영국 소설가 줄리언 반즈의 작품 중에 한국에 처음 소개된 작품이 아마도 "10과 1/2장으로 쓴 세계역사"라고 생각합니다. "노아의 방주"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진실일까 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통해 인간에 대한 색다른 성찰을 담고 있는 소설인 "10과 1/2장으로 쓴 세계역사"를 내가 산 책 시리즈의 첫번째로 골랐습니다. 

 

줄리언반즈-소설가-부커상
줄리언 반즈를 좋아해서 열심히 사서 모은 흔적이에요.

<10과 1/2장으로 쓴 세계역사>가 혹시 정말로 역사책일까?

줄리언 반즈가 쓴 이 책은 제목이 말하는 것처럽 세계 역사에 대한 책은 아니에요. 최소한 우리가 보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그 역사책은 절대 아니죠. 소설은 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시작되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인류의 역사에서 다루어지는 10개의 서로 다른 독립적인 이야기들을 줄리언 반즈의 시각으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줄리언반스-열린책들

 

반전으로 시작하다

.소설은 처음 시작부터 엄청난 반전으로 시작하는데 소설가의 의도적인 구성은 기존 소설의 서사구조에 익숙한 우리를 무척 당황하게 만들어요. 모두에게(영어권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너무나 익숙한 "노아의 방주"를 완전히 오합지졸들이 펼치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바꿔버리는데 단순히 내러티브를 억지로 바꾸는 게 아니라 기상천외한 방식을 이용합니다. 이 첫 장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가 바로 나무좀벌레인데, 이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평생 알지도 못하고 죽었을 확률이 큰 이 좀벌레의 시선을 통해 펼쳐지는 어리둥절한 반전의 역사는 우리에게 팩트를 기반으로 역사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다시 돌아보게 하며, 만들어진 역사 속에 얼마나 진실이 담겨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예술과 현실 사이

이 책에서 첫 장만큼이나 독특했던 부분은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을 다룬 장인데, 그 유명한 그림 뒤에 숨겨진 실제 사건의 끔찍함과 실체적 사실을 예술가의 상상력이 어떻게 변모시키는 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림 속 영웅적인 모습과 실제 일어난 참혹한 일들 사이의 간극. 예술이 현실을 어떻게 변형시키고, 또 어떻게 진실을 담아내는지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는데,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이 장은 정말 와닿게 되는 부분입니다.

반쪽 장이 전하는 메시지

그런데 왜 제목이 10과 1/2장일까요? 마지막 반 장을 읽고 나면 우리는 그 짧은 반 장이 사실 이 책 전체의 핵심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 마무리 부분에서 작가는 자신이 소설을 써나가는 주된 관심사인 사랑과 인간에 대한 진솔한 고백을 담아냅니다. 

추천 이유

첫째, 역사라는 개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요. 역사의 창작과 역사적 스토리가 뒤엉키는 그 작은 부분을 들춰내거든요.

둘째, 빠르게 전개되는 구성과 문체가 무척 독특해요. 빨리 읽히지만 그렇다고 생각없이 읽다간 많은 것을 놓치기 쉬운 작품이에요. 각 장마다 새로운 스타일과 관점을 선보이는 반즈의 글솜씨에 분명히 감탄하게 될 거예요.

셋째, 예술과 문화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통찰이 담겨있어요.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부분들이 많아요.

반스 or 반즈

출판사에서 줄리언 반스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사실 영국사람들은 nz에 가까운 발음으로 Barnes를 불러요.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반스가 아니라 반즈라고 부르는 편인데, 남들이 다 반스라고 부르면 같이 반스라고 부르면 되지 왜 굳이 그렇게 까탈스럽게 구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줄리언 반즈가 자신의 소설에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전하려는 메세지가 바로 당신이 속한 무리의 문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라는 것이거든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역사'라는 건 결국 내가 아닌 누군가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이야기라는 거죠. 그렇기에 그 이야기들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색다른 시선과 주장들을 되새기는 기회를 찾아내야 하는게 반즈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해야 할 일인데, 왜 남들처럼 반스라고 해야하나요? 

 

마무리

도대체 노아의 방주에 등장하는 나무좀벌레가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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