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바흐(J.S. Bach)의 독특한 음악 한 편을 소개할게요.
<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 (Be still, stop chattering 가만히 말을 멈추고), BWV 211> 일명 커피 칸타타로 알려진 곡입니다.
바흐 하면 떠오르는 곡들은 엄청난 양을 자랑하는 오르간 곡이나 엄숙한 교회 음악을 떠올리게 되지만, 세속 칸타타라고 알려진 이런 곡도 꽤 작곡을 했습니다. 이 커피 칸타타는 바흐 시대에도 유럽에서 커피가 대유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18세기를 살던 사람들이 ‘커피 없이는 못 살아!’라고 외치는 모습을 상상하면 무척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18세기 유럽의 커피 문화
18세기 유럽에서는 커피가 귀족, 지식인, 예술가 등 사회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하며 문화적, 사회적 중요성이 커졌고, 커피하우스가 사교와 지식 교류의 공간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커피의 유행: 커피는 18세기 초에 접어들며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행처럼 번지게 됩니다.
커피하우스의 성장: 17세기 말부터 유럽 전역에 커피하우스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18세기에는 커피하우스가 사교와 지식 교류의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18세기 커피의 문제?
바흐가 이 곡을 작곡하던 1730년대. 당시 유럽 전역에서 커피의 인기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었지만, 일부 보수적인 사람들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는데, 커피가 건강에 나쁘다고 걱정하며 젊은이들이 마시는 것을 금지하려고 했습니다. 얼굴이 검게 변하고 여자들이 임신을 하기 힘들다는 말이 퍼지기도 했죠.
바흐의 세속 칸타타 <커피 칸타타>는 바로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서 ‘커피를 너무 좋아하는 딸’과 ‘그걸 말리는 아버지’간의 이야기를 유쾌한 음악으로 담아냅니다.
🎭 구성: 커피를 둘러싼 유쾌한 갈등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버지 쉬렌드리안은 커피를 좋아하는 젊은 딸 리첸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커피가 해로우니 마시지 말라고 하지만 딸은 하루에 세 번씩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면서 "커피가 키스보다 더 달고 와인보다도 더 부드러우며 마음을 기쁘게 해준다"고 노래한다. 커피를 끊지 않으면 시집도 안 보내며, 산책도 안 시키고, 유행하는 옷도 안 사준다는 아버지의 엄포에도 딸은 커피만 마실 수 있다면 다 상관없다고 한다. 우연곡절끝에 부녀는 커피를 안 마시는 대신 신랑감을 구해주는 것에 합의하지만 딸의 숨은 의도는 자신이 커피마시는 것을 허락하는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밝혀진 후 출연진 모두는 "고양이는 쥐 잡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고, 처녀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엄마도 커피를 마신다. 할머니도 그랬다. 누가 그 딸을 혼낼 수 있겠는가?" 라고 노래하며 막이 내려간다.
🎶 바흐의 음악: 커피만큼 중독적인 선율
베이스(아버지, 쉬렌드리안: Schlendrian: 구식, 보수의 뜻) , 소프라노(딸, 리첸: Lieschen: 신은 완벽하다는 뜻), 테너(해설)가 등장하며 고루하고 보수적인 성격의 구세대를 대표하는 아버지와 개방적이며 진보적인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딸을 통해 세대 간의 차이를 대비시키기 위해 아버지가 등장하는 부분은 보수적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서 바소콘티누오의 반주에 악센트를 주고 있으며, 딸의 아리아 부분에서는 플룻이 현란한 장식음을 통해 마치 향긋한 커피향이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 왜 들어봐야 할까?
🎵 1. 바흐의 색다른 매력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종교 음악이나 심각한 클래식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바흐곡을 통해 바흐에 관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 2. 커피 덕후라면 공감 100%
‘아침 커피 없이는 못 살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리첸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 3. 짧고 유쾌한 클래식 입문곡
30분 정도면 감상할 수 있어서 클래식이 부담스러운 분들도 입문용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어요.
🎼 추천 플레이리스트
✔️ 엠마 커크비(소프라노), 데이비드 토마스(베이스),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지휘), 고음악 아카데미(L'oiseau Lyre, 1967)
✔️ 니콜라스 아르농쿠르(지휘), 빈 콘첸투스 뮤직쿠스
한 줄 평: “18세기 바흐가 만든 유쾌한 커피 예찬송!”
여러분은 하루에 커피를 몇 잔이나 드시나요? 혹시 커피 없이는 21세기의 리첸은 아닌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커피 에피소드를 남겨주시고, 오늘도 커피 한 잔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