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밤 하늘에 불꽃 축제가 열린 듯 피아노와 트럼펫의 치열함이 열기를 더해가며 찌든 우리의 감정을 해방시켜줍니다.
초여름의 생기 넘치는 에너지와 묘한 긴장감이 담겨있는 곡입니다. 초여름의 햇살은 아직은 따사롭지만, 곧 다가올 무더위의 예고가 담겨있는 이 곡은 이런 초여름의 양면성을 닮은 것 같아요. 트럼펫이 리드하는 활기찬 리듬과 피아노의 기교넘치는 동시에 재치 있는 멜로디가 함께 하며 듣는 이의 마음에 신선함을 불어넣지만 곧 날카로운 불협화음과 긴장감으로 전환하며 왠지 모를 마음 속 깊은 부분을 건드리는데 마치 초여름 저녁,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처럼 다가옵니다. 이처럼 이 곡은 계절의 싱그러움과 내면의 불안이 교차하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우리에게 선사해 주는 듯 해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는 20세기 소련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그의 음악은 정치적 억압과 개인적 갈등을 담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피아노 협주곡 1번(작품번호 35)은 26세의 젊은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한 작품으로, 스탈린 체제의 압박 속에서도 그의 재기 발랄한 면모와 날카로운 풍자가 돋보이는데, 원래는 피아노와 트럼펫,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해 쓰였으며, 트럼펫의 독특한 역할은 곡에 유쾌하면서도 비꼬는 듯한 분위기를 더해 줍니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을 작곡하며 당시 소련의 경직된 예술 환경을 은연중에 비판했다고 전해지기도 하는데, 특히 2악장의 서정적인 멜로디는 그의 내면적 고독을 드러내며, 초여름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자갈이 만든 파문처럼 우리 내면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며, 약 22분가량의 짧지만 강렬한 작품이에요
2024년 계촌 음악회에서 조성진이 연주한 덕에 6월의 느낌을 더욱 더 강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그만큼 이 곡에는 초여름의 역동성과 낭만이 동시에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악장은 저녁노을이 지는 강원도의 신선한 바람에 실려 따뜻한 차 한 잔을 떠오르게 했다. 트럼펫의 날카로운 소리는 초여름의 갑작스러운 소나기처럼 청량감을 주며, 피아노의 화려한 패시지는 햇살처럼 반짝인다.
클래식의 정수, 내면의 성장을 위한 여름의 명상: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1) | 2025.06.11 |
---|---|
코 앞으로 다가온 2025 계촌클래식 축제 (4) | 2025.06.05 |
초여름의 정취에 빠지다 3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0) | 2025.06.04 |
초여름의 정취에 빠지다 2 : 라벨 피아노 협주곡 (0) | 2025.05.31 |
봄의 감성을 담은 클래식 음악 추천 (2) | 2025.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