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정취에 빠지다 2 : 라벨 피아노 협주곡

초여름 밤을 적시는 재즈 선율, 라벨 피아노 협주곡에 취하다

네온싸인이 휘황찬란하게 밝혀진 도시의 뒤안길 느낌 좋은 재즈 카페에서 온 몸을 적시는 선율에 취하듯 라벨의 선율은 우리로 하여금 초여름 밤의 푸르름 속에 온 몸을 맡기도록 해방시켜 줍니다.

 

초여름과 어울리는 이유

온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유명한 '볼레로' 리듬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은 사실 뛰어난 피아노 협주곡 하나를 남겼습니다. G장조(1931)의 이 참신한 피아노 협주곡은 초여름의 가벼운 바람과 햇살처럼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마치 재즈의 자유로운 요소와 클래식의 우아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듯한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런 느낌들이 초여름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잘 어울리며, 아스름한 저녁 무렵 드라이브스루에서 진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사서 드라이브 중에 이 곡을 듣는다면 계절의 싱그러움이 느껴질 것입니다. 특히 이 곡의 화려한 색채감은 초여름에 만발한 장미의 향기처럼 우리를 다채로운 감정 속에 빠지게 만듭니다.

곡에 얽힌 이야기

라벨은 이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며 미국 재즈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지는데, 1928년 미국 투어에서 조지 거슈윈의 음악을 접한 후 재즈의 리듬과 자유로움을 자신의 음악에 녹여내기 시작합니다. 이 곡은 라벨의 후기 작품으로, 그의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색채감이 돋보이는데, 이 곡의 초연 당시 라벨은 직접 피아니스트로 연주했다고 합니다. 

곡 해설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주시간은 평균적으로 22분 정도입니다.

• 1악장 (Allegramente): 채찍 소리를 연상시키는 타악기와 피아노의 경쾌한 선율로 시작되며 이어서 재즈적 요소와 바스크 민속 선율이 어우러지는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이끌어냅니다.
• 2악장 (Adagio assai): 이 곡의 백미로 알려진 2악장은 피아노의 서정적인 선율이 현악과 목관악기의 부드러운 반주 위로 흐르며 고요히 초여름의 정취에 다가간다.
• 3악장 (Presto): 빠르고 경쾌한 피날레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빠르게 주고받으며 흥분이 고조되는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습니다.

명음반 추천

• 마르타 아르헤리치 (Martha Argerich) & 클라우디오 아바도 (Claudio Abbado) 베를린 필하모닉
  • 음반: Deutsche Grammophon, 1986
  • 특징: 런던 심포니와 첫번째에 이어 베를린 필과 함께 두 번째 만남인 아르헤리치의 열정적인 연주와 아바도의 역동적인 지휘가 곡의 재즈적 에너지를 풍성하게 전달합니다

아르게리히와 아바도의 두 번째 라벨 녹음 음반 표지

초여름에 추천하는 감상 포인트

이 곡은 초여름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즐기기에 완벽합니다. 1악장의 재즈적 리듬은 친구들과의 가벼운 모임에, 2악장은 혼자만의 사색에 어울립니다. 특히 2악장의 멜로디는 창문을 열고 초여름의 정취를 느끼며 듣기 딱 좋은 음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