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2025년 6월 5일 목요일 오후 3시,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강연 후기 입니다. 베를린 바드 칼리지의 예술과 사회 교수이자 예술 프로그램 디렉터인 도로테아 폰 한텔만(Dorothea von Hantelmann)은 피에르 위그의 예술을 우주론적인 해석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피에르 위그의 《리미널》 전시와 연계된 이번 강연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탐구하는 프랑스 예술가 피에르 위그의 작업을 깊이 있게 조명하며, 그의 예술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는데, 평소에 피에르 위그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던 베를린 바드 칼리지의 예술과 사회 교수이자 예술 프로그램 디렉터인 도로테아 폰 한텔만이 한국까지 날아와서 강연을 했습니다.
폰 한텔만은 피에르 위그의 작업을 ‘과정 중심의 존재론(processual ontology)’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합니다. 위그는 자연, 문화, 기술이 얽히고설키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스템을 창조하며, 전통적인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가로 그의 작업은 단순히 미술관이라는 중립적인 공간에 전시되는 작품이 아니라, 생물학적·화학적·알고리즘적 과정을 통해 살아 숨 쉬는 존재로 승화한 실체입니다. 이는 근대적 사고방식, 즉 자연(Nature)과 문화(Cilture)를 분리하거나 인간 중심주의에 기반한 기존의 서구 사회가 보여주는 예술관과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입니다.
강연에서는 위그의 대표작 두 점이 주로 다뤄졌는데 첫 번째는 2012년 도큐멘타 13에서 선보인 <경작하지 않은(Untilled)>입니다. 이 작업은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허물며, 생태적 시스템이 스스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하며 두 번째는 2017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애프터 어라이프 어헤드(After ALife Ahead)>로, 생명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관객이 그 내부에서 직접 참여하는 방식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폰 한텔만은 이 두 작업을 통해 위그가 예술의 범주를 넘어 ‘21세기의 새로운 우주론’을 구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강연자 도로테아 폰 한텔만은 현대미술에서 전시라는 행위의 사회적·문화적 의미를 깊이 탐구하는 학자로 알려져 있는데, 『예술로 어떻게 할 것인가』(2010)와 『전시. 의식의 정치』(2010) 등의 저서를 통해 현대미술의 수행성과 전시 공간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왔다고 소개되었습니다. 현재 집필 중인 『전시: 의식의 변형』에서는 미술관과 전시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고, 시대적 맥락에 따라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분석한다고 합니다. 그녀는 1960년대의 유토피아적 제도 모델과 오늘날의 새로운 예술 기관의 가능성을 비교하며, 예술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그녀는 위그의 작업이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세계관인 우주론적 사유를 촉발한다고 보는데, 단순히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우리를 포함한 세상과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계기로 작품이 사용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강연은 피에르 위그의 작업을 통해 예술이 단순한 미적 경험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상상하는 방식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위그의 작업은 이런 급진적 가능성을 명확히 드러낸다고 합니다. 리움미술관에서 진행된 《리미널》 전시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새로운 예술 형태이며 현대미술이 나아갈 방향과 그 가능성을 고민하는 영감을 주는 전시입니다.
하지만 강연 내내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는데, 리움미술관과 강연자가 주장하는 바를 기획하고 작업한 작가의 작품이 리움미술관의 현재와 어떤 연관성을 갖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술감상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른 사람과 차별화 시키는 소비 수단이라고 여기는 대부분의 리움 관람객들을 바라보며 서로 듣지않는 사람들의 무리가 부라는 수단을 통해 이렇게 엉뚱하게 결합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술과 가구의 경계 (0) | 2025.05.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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