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Exhibition Snap

페이스 갤러리 나이젤 쿡 <Sea Mirror> 전시 후기

문화훈수꾼 2025. 5. 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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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젤쿡-페이스갤러리-전시후기
나이젤 쿡

《Sea Mirror》 리뷰 — 나이젤 쿡, 내 안의 바다 위에 나 자신을 비추어 본다

“나는 내 가슴 속 감정의 심연을 마주하며, 오래도록 숨을 멈춰고 서 있었다.”

 

4월의 마지막 날, 리움뮤지움의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방문한 김에 벼르고 있던, 페이스 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나이젤 쿡(Nigel Cooke)의 개인전 《Sea Mirror》를 보고왔습니다. 전시 소개를 올리면서도 기대가 컸는데, 막상 실제로 보고 나니... 예상보다 마음 속 감정의 심연으로 더 깊게 ‘끌려 내려간’ 느낌이 강하게 머리를 흔들어 대더군요.

 


1. 전시 분위기 -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미니멀리즘적 구성

페이스갤러리-2층입구-나이젤쿡
갤러리 2층 입구

 

 페이스 갤러리 서울을 방문할 때 마다 느끼는 점인데 2,3층에서는 여백이 만들어 내는 쉼표가 작품으로 빨려들어가는 관찰자의 감정을 한 번씩 끊어줍니다. 이런 이유로 감정의 여운을 느끼며 작품이 주는 감성과 어우러져 좀 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갤러리 2층의 좁은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벽면에 작은 글씨로 전시회명과 작가명이 표기되어 있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마주하게 되는 2면의 벽에 커다랗게 걸린 작품의 복잡하게 섞인 색상들 사이로 짙은 블루와 회색으로 포커스된 감정의 스펙트럼이 등장하며 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합니다. 힘찬 붓질이 만들어 내는 입체감있는 텍스쳐 사이로 마치 안개가 품어져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드는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페이스갤러리-나이젤쿡
2층 전시장 정면 작품

 

 대부분 커다란 캔버스 위에 흐릿하고 느린 감정의 풍경을 그린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작가는 이 추상적인 붓질을 자신이 경험하거나 관찰한 동물, 식물, 풍경 등에서 가져온 것 같다며 영상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보고 나니, 정체불명의 붓질이 훨씬 더 생명력있는 따스함으로 다가왔습니다. 


2. 기억과 무의식의 '바다' —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공간은 3층 테라스와 길게 마주한 통로 구성의 공간입니다.

 

페이스갤러리-3층-나이젤쿡

 

작은 작품들이 나란히 걸려있는 이 공간에서 흐려진 도시의 윤곽선과 경계면을 이루며 감정이 겹겹이 쌓여나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한 발만 밖으로 나가면 시끄러운 이태원이라는 도심의 삶이 존재하는 데 그 경계면에서 이렇게 고요하고 깊이있는 이미지들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내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잊게 됩니다.

 

 나이젤 쿡의 작품들 안에 추상적인 선과 곡선이 겹쳐지며 만들어 진 섬세한 감정은 복잡한 도시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엘리시움을 내 머릿속에 만들어 줍니다.


3. 미술이 감정의 거울이 될 때

이번 전시는 단순히 '예쁜 회화' 가 아니라 작품을 보는 관찰자들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 보게 하는 거울같은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명확한 이미지를 던지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생각의 여지를 남깁니다.

 

“지금 내 앞의 이 색과 이 형태는 어떤 나의 감정 상태를 반사하는 것일까?”
“나는 지금 여기서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작품 앞에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든다는 것이 이미 훌륭한 예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4. 관람 팁 & 유의사항

  • 작품 설명 카드는 따로 없어요. 대신 전시장 한 켠에 올려진 안내판 내의 QR코드를 통해 설명 링크로 연결됩니다.
  • 사진 촬영 가능하나, 너무 작품 가까이가면 작품을 훼손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전시 정보


- 기간: 2025년 4월 11일 ~ 5월 17일

- 장소: 페이스갤러리 서울

- 입장료: 무료

- 위치: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62